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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기01~67.txt | 1.2M | txt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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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부엌.
아환은 솥단지 둘을 불위에 올려 놓고 묵묵히 손을 놀려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아마 저녁 끼니 이리라.
감자와 무를 비롯하 몇몇 채소, 그리고 이름모를 버섯과 산채 몇가지..
투박한 손으로 식도를 들고 끼니를 준비하는 손길엔 제법 익숙함이 묻어나온다.
서서서석..서서석..
기이한일이다..
틀림없이 도마에 여러 제반 재료를 올려 놓고 칼을 움직이는데 칼이 도마에 부딪히는 소리
가 들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규격으로 잘려나가는 식재료들..
자그마한 소리가 날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지금 아환의 눈빛을 보면 무언가
있으리라 짐작될 뿐이다.
두 솥 에서 김이 조금씩 흘러 나오고 있다.
아환은 손을 움직여 솥하나를 양손으로 들어올린다..
맨손.
아무 행주나 장갑을 끼지 않은채로 솥을 들어 올려 불위에서 바닥으로 내려 놓는다.
방금 물이 끓고 있는듯이 보이는 솥이었는데..
얼핏 손에서 붉은 기운이 보인듯도 하다.
아환은 개수대에서 손을 씻고 부엌을 나와 잠시 시선을 허공에 고정 시켰다.
그리곤 다시 눈을 돌려 초옥을 바라보았다.
일반 서민이 살고 있는 그저 그런 평범한 집..
방 두칸에 부엌 하나..
별 장식도 없고 특징도 없는 그런 집, 지은지 3~4년 정도 되어 보이는 마을 끝에 서있는
초옥..
아환이 이 마을에 들어와서 지은 집이리라..
아환은 발걸음을 옮겨 방 쪽으로 향했다.
얼마 전까지 사내들로 소란스러웠던 마당은 이제 적막만이 남아 있고..
아환은 두 칸의 방중 좌측에 있는 방문을 열고 들어 갔다.
간단한 가재도구가 두눈에 들어온다.
옷을 넣을 수 있는 나무로 짠 옷장, 그리고 나무로 만든 침상..그 위엔 여러 가죽을 꿰메어
만든 자리가 보이고 얇은 천이 깔려 있다.